Friday, March 6, 2009

'문화매거진?',마티아스 웨커, "안티텔레비전?"

전체적으로 보면, 매거진 포맷을 통해 클루게는 각 테마를 아주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연상 몽타주 기술을 통해 서로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테마와 자료들 사이에 연관관계를 만들어내고 시청자로 하여금 스스로 그러한 연관관계를 찾도록 북돋운다. (...)그의 매거진에서 생각하는 문화란 인간의 모든 창조 활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기에 다룰 수 있는 테마 영역이 거의 무한하다. (...) 클루게가 테마들을 가능한 한 특이하고 흥미롭고 수수께끼같이 묘사하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주 통상적인 대상들조차도 놀라움을 주는 그는 기존의 문화 매거진들이 가진 사실적, 저널리즘적 양식과 일정한 거리를 취하며, 상업 방송국들의 대중적인 프레젠테이션 형식과 가까워지게 된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오페라 에 관한 방송물은 '착한 소녀가 되기 위한 100가지 묘책'이라는 제목을 지니며, 무대 장치 전문가 Erich Wonder가 하이너 뮐러와의 공동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담에는 '표범은 항상 앞으로만 달리다'라는 제목이 달렸고, 잘츠부르크 축제 위원장 Gerard Mortier와의 인터뷰는 '프리마돈나들의, 폭풍우를 견뎌내는 개혁자의 인내심'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클루게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혹은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클루게는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 있도록 방관하며 시청자들의 인내심과 호기심에 기대를 건다.
147-149쪽

공영방송의 문화 프로그램 운영자들이 이 프로그램들의 진지한 저널리즘적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고급 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없애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반면, 클루게는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특정한 호기심에 관심을 갖는다. 그의 매거진들은 사실적 정보가 아니라 놀라움과 특이함을 약속하는데, 이 때 접근 방식이 복잡할 수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신뢰감과 인내심은 시청자가 지녀야 할 필수적 전제조건이 된다.
149쪽.

문화 산업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철저하게 독자적이고 미학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일이다.
154쪽.

클루게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시사적 테마와의 연관성을 찾아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다 125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매거진. 녹화된 오페라 아이다의 공연실황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오페라의 공연, 가수, 오케스트라의 수준 혹은 연출의 특별한 아이디어 등에 대해 비평하거나 보도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아니라, 이미 제목이 암시하듯 오페라 장체, 곧 오페라의 테마와 수용의 역사에 있다. (...)오페라 공연 실황 필름은 테마를 제시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될 뿐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 테마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나중에 가서 알 수 있다. 제목이 나오기 전 화면에 등장하는 도입 텍스트는 125년에 이르는 오페라의 수용 역사와, 오페라 제작을 의뢰햇지만 이미 오래 전에 멸망한 이집트 왕국을 극명하게 대조시키고 있다. 이 매거진은 1872년 오페라가 초연되었던 카이로의 오페라 하우스 화제와 관련된 영상들을 보여줌으로써, 영원함과 덧없음의 대립을 또 한번 상기시킨다. (...)수에즈 운하 건설과 1956년 이 운하의 국유화에 관한 기록물들. (...)그러나 이 기록물들은 더 나아가 이 지역의 역사를 식민주의라는 맥락과 연관시키며,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으면서도 오페라의 기본 갈등 구조와의 관련성을 끌어낸다. 이 오페라는 아이다를 전쟁에서 패배한 민족의 대변인으로 만들며 그녀와 전쟁 승리자의 고나계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150-151쪽

하지만 클루게는 그 이전에 두 개의 에피소드를 더 추가하는데, 이 에피소드들은 테마 영역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옛 무성영화에서 따온 장면들이-아마도 1921년에 만들어진 Ernst Lubitsch의 <파라오의 아내>인 듯하다- 매거진 전체에 걸쳐 오페라 장면들과 나란히 등장하는데, (...) 아이다 이야기의 대안적 버전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된다. 민중이 개입해 두 연인을 감옥에서 풀어주지만, 이 두 사람은 "사랑 외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실망은 분노로 변하고, 분개한 집단이 두 여인에게 돌팔매질을 가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 아이다 이야기의 대안적인 버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지만, 어쨌든 오페라의 줄거리와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결말을 지닌다.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두 연인과 그들의 주변 환경간의 갈등은 식민주의, 전쟁, 혁명이라는 복합적 테마와 암시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프로그램의 테마에 대한 골격을 형성한다. 물론 이런 다양한 요소들은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연고나관계를 찾아내야 한다.
153-154쪽.

클루게는 오히려 주변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나 뒤에 숨겨져 잇는 것, 일화나 기술적 세부 사항, 더 나아가 다른 테마 영역들과의 예기치 않은 연관 관계 등에 관심을 가진다. 
155쪽

발췌된 부분을 가지고 본래 자굼의 맥락을 암시하기는 하지만, 이 부분을 원자재로 사용하면서 원래의 작품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다양하고 새로운 문맥을 삽입해 넣는다. 그는 작품의 종합적인 면을 고려하기보다는 작품의 구성 요소들 속에 함유된 매력들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고 새로운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작품을 산산조각낸다. (...)클루게의 '문화 매거진'에서 '문화'는 작품의 수용이자 해석일 뿐 아니라 작품의 창작이기도 하며, 사회적인 삶을 조직하는 일인 동시에 그러한 조직의 역사를 기억해내는 일이며, 결국은 인간 문화와 그것의 자연적 토대를 연결짓는 작업이기도 하다.
160쪽.

클루게 매거진이 일반적으로 '문화 매거진'이라고 불리는 장르와는 달리 보도나 설명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생산물의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다. (...)설명이나 생산적 습득 혹은 지속적 가공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채 섞여 있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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