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30, 2012

impossible postcolonial classroom in Korea

왜그런거 있잖나. 미국 대학에 호올로 외국인 학생이 있다고 할 때, 포스트식민 제국의 교실이 그 학생에게 요청/강요하는 역할이 있잖아. 나중에 민망한 후회만 남을 분노가 전혀 쿨하지 않게 발산되고, 어쨌든 정치적인 영감으로 교실이 흠뻑 젖는 그런 순간. 그런데 여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할까? 희생양 없이는 영감도 없을 테니, 문화적 타자야 어떻게든 고안해내면 될 일이겠지만 말야. 정체성 정치학은 희생자를 물신화해. 그리고 맨 처음 말하기 시작한 용감한 자는, 마치 연출자의 실수로 방금 찍은 장면을 한번더, 또 한번더 재연/재현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주인공처럼 피로해. 벨 훅스의 교실이 좀더 프레이리여야 하는걸까? 프레이리의 학생들은 요가라도 좀 해야겠어.

Sunday, May 13, 2012

만약 내가 학위논문 주제를 독립영화로 썼다면

입학할 때 공언한 대로,
국제영화제에 대한 독립영화인들의 경험,
뭐 이런 식으로 해서 심층면접/참여관찰[여기서 나는 분명 참여관찰자라 칭할 수 있다!]로 해서
김경묵, 곡사, 이난, 김동원, 이강현, 김동명 등등
말잘하고 똑똑한 이 사람들을 인터뷰해가지고 논문을 만들었더라면

나는 지도교수의 '탈식민주의와 젠더화된 민족주의'에도 부합하고
백승욱 교수, 주은우 선생을 그대로 엮어가지고

아주아주 재미지고 감동적인 말들로 가득한
즐거운 학위논문을 썼을 진대.

토니 레인즈니, 마크 페란슨이니 하는
코쟁이 서구 비평가들을 마음껏 욕하면서
김소영 교수 손도 이따금 들어주고
조영각한테 칭찬도 받고
독립영화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좋은 논문을 쓸 텐데.


나는 어째서 지도교수를 포함한 그 모든 페미니스트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런 논문을 기획해가지고
김소영뿐만 아니라 정성일, 이효인 등등까지 모조리 미워할 예정인
이런 논문을 기획해가지고,
이런 증오를 품은 나 스스로에 대한 증오에까지 휩싸여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일까.

writing sexuality without gender

이건 거의 lipogram에 가까운 헛짓일 터.
그러나 나는 왜 이런 헛짓을 하려고 드는 건가.

Thursday, May 10, 2012

학위논문

나중에 내 학위논문을 본 사람들이
이건 남학생이 쓴 글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Monday, May 7, 2012

세계를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냐.

이 환멸은 결국 나를 죽여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수업에서 교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슬럿워크'에 대해 물었다. 나는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노 코멘트라고 곧잘 말하던 사내애가 있었다. 그 아이는 뭔가 곤란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때 노코멘트라고 말했었다.

사회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많은 선생님들이 강조한다. 내가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는 필드 역시 바로 그러한 액티비즘의 산물이자, 여전히 오만 가지 액티비즘의 당당한 주체이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고독은 내가 '더 나은 세계'를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는 데에서 온다. 더 나은 세계를 그리는 이들에 대한 적대에서 내 글은 출발한다고 쓰는 게 차라리 더 옳다. 어쩌면 편리하고도 비겁할 마음으로 나는, 이 세계의 전망을 마냥 장밋빛으로 그리는 이들에 대한 과격한 언사들을 세련된 문장에 감추어 드러내곤 한다. 아니면 그저 노코멘트라고 말하거나, 아예 질문을 받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버린다. 세계가 변할 것같아? 절대로 안 변해. 나는, 마치 환멸이 너무도 익숙한 나머지 보수당에 표를 던지는 노인네처럼 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나에게 핑계가 있다면, 세계를 위해 글을 쓴다는 그 선한 마음씨, 조화와 화합 같은 보송보송한 말들이 기실 세계의 보수성의 핵심이라는 것일 터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까칠하게 구는만큼 세계 역시 내게 결코 보송보송한 손길을 내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걱정하기 시작한다. 장학금은 받을 수 있을까. 이래갖고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환멸은 생활의 반대말이었구나.  어떤 이들은 세계가 보장하는 생활을 위해 새누리당에 투표하는 거로구나라고 지껄여본다.

페미니즘 공부가 그저 지겹고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