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27, 2014

가나다

오빠가
호재 오빠, 미친 구여친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고,
나를 만나는 경우가 있어. 여기서 '나'는 오빠를 만나서 되게 '좋은 사람'이 된 '나'야.

호재씨를 만나면 오빠가 '좋은' 사람이 되기 때문이야.
그런데 내 앞에서 '어머님'처럼 되고 말잖아? 그 사람들 앞에서는 '어머님'처럼 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야.

어떻게 보면 두 경우 모두 나쁜 거야.
그 사람들 만나면 괴롭지. 오빠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니까.
나를 만나도 괴롭지. 나를 괴롭히는 자기 자신을 보니까.

결국 오빠는 끝까지 외로울 수밖에 없어. 호재 씨 정도를 만나면서.

오빤 여기서 생각해야해. 난 오빠를 절대로 버리지 않아.

내가 유학을 가고 안 가고에 대해 동요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이런 '동요'가 오빠한텐 불충분하겠지만, 나한테는 너무 커서 두려워. 서울대, 중앙대 사람들 만나서 박사과정을 문의 중에 있었어. 오빠가 석사 논문 쓰고 있을 동안 그걸 준비하려고 했어. 사람들이 나를 불신하더라. 네가 국내대학원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그런데 나한텐 공부보다 오빠랑 함께 있는 게 더 중요해. 박사과정부터는 월급쟁이야. 직업 연구자. 그런 직업을 얻는 거,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난 잘 승진해나갈 수 있어. 유학 안 가도 난 여기서도 충분히, 한국에서 일등할 수 있다고 확신해, 내 분야에서. 근데 오빠랑 떨어져 있으면 어디서도 일등 못해. 이건 오빠때문이라기보다는, 오빠 곁에 있고 싶어하는 나 때문이야.

애정이 식었다는 거. 그 말 한마디면 사실 전부 끝장나는 게 연애라는 것도 알아. 식은 불씨 다시 틔우는 거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아. 다만 이게 내 진심이야. 논문 잘 써. 오빠는 석사 논문 제출만 남은 '이미 석사'야. 두렵고 괴로운 거, 조금만 더 버텨. 많이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